천국의 문

천국의 문

천국의 문은 열쇠가 없다. 사람이 저승에 이르면 자격자에게 열리는 자동문이다. 천국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하다. 본적이 없는데도 본 것처럼 생각된다. 아마도 피렌체를 상기하는 것 같다.

천당에 들어가는 조건을 성경은 전한다. 나누어야 천국에 들게 된다는 뜻이다. 이웃을 너의 몸처럼 사랑하라고 했다.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고 했다.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착취가 부의 원천이라는 의미이다. 호프만식으로 계산하면 부자가 등장할 수 없다. 예수님은 스스로 천국의 문이라 하여 기득권층의 원수가 되었다.

천국으로 가는 문을 보았다. 피렌체 두오모 성당 앞 세레당 황금빛 천국의 문을 보았다. 아름다운 청동 부조이다. 성경의 주요 장면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열 개로 이루어진 장면 하나하나 상징을 압축한 부조를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뚫어지라 쳐다보았다. 50년에 걸쳐 만든 작업이라는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니 입이 딱 벌어졌다. 후세에게 영감을 주는 걸작을 만들 수 있게 기다려주는 서구사람들의 속 깊은 생각이 부럽다. 명품이 잘 팔리는 이유일까?

그 작가는 무척 행복했을 것이다. 불확실성과 확실성이 교차하는 혼란기에 밥걱정 없이 자신이 좋아한 작품을 만들고 즐겼으니 말이다. 후세 사람들이 걸작이란 칭송받을 것을 생각하니 얼마나 흐뭇했을까. 최선을 다해 최고를 만들어 낸 작가정신은 인류의 유산이 되었다. 천국은 바로 그러한 곳이다. 그는 천국에 들어갈 조건을 보여주면서 행복한 삶을 살았다. 먹고사는 걱정 없이 작품에 심혈을 기울이도록 만들게 하는 과정이 천국이었다. 전생에 성인군자였나 보다.

천국의 문에서 느낀 감동을 품에 안고 두오모 성당의 돔에 올라갔다. 당시의 건축기술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돔에서 시가지를 내려다보았다. 천국은 아마도 이런 모습일 것이란 상상이 되었다. 순간 천국으로 들어갈 것 같은 착각이 일어났다. 이러한 경험은 학창 시절 설악산 계곡에 들어갔을 때 감동으로 다른 세계에 들어간 것 같은 착각과 흡사하다. 영감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느꼈다. 피렌체가 르네상스를 일으킨 도시였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신심도 깊은 도시였다.

단테가 살았던 근처에 천국의 문이 만들어진 것도 특이하다. 13세기 단테의 신곡은 지옥에서 벗어나 천국에 이르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불확실성으로 인한 혼란기에 살았던 단테는 혼란을 해결하기 위한 책이 신곡이었다. 19세기 유럽이 매우 혼란한 시기에 단테의 신곡에서 영감을 받은 로댕의 지옥문이 말해주고 있다. 단테의 생가 앞에 단테 동상은 우리에게 무언가 전하고 있었다. 지옥문은 들어가기 쉽지만 되돌아 나갈 열쇠가 없으니, 평소 선행으로 천국에 이르라고 하는 것 같다. 피렌체의 위대한 정신과 아름다움을 오랫동안 간직하려고 황금빛 넥타이 하나를 샀다.

천국의 문은 조건이 성숙 되어야만 열리는 자동문이다. 천국의 문은 마음이 가난한 자에게 열린다. 많은 사람이 천국의 문을 통과할 수 있는 제도가 만들어지길 바라는 것은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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