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의 위력
민중의 거대한 파도가 배를 침몰시켰다.
우르랑 쾅 우지직 퉁, 배가 풍랑을 맞으며 헤쳐나가는 소리다. 객실에서는 으악 어이구 웩하며 뒹굴고 있다. 배가 뒤집힐 것 같은 흔들림에서 아비규환이다. 충무 통영을 거쳐 부산항으로 가는 중에 일어난 일이다. 중학교 수학여행으로 큰 파도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토하지 않고 띵하지도 않은 자신을 발견했다. 마도로스 체질인가. 어릴 때 초등학교가 십리 길이어서 지각을 하더라도 밥을 꼭 챙겨 먹였던 어머니 덕분이다. 오로지 건강이 최고란다. 아버지가 일제 징용으로 가서 학대와 굶주림으로 얻은 골병으로 힘든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궁금하여 뒤뚱하며 갑판으로 올라갔다. 산더미 같은 파도는 배를 삼킬 듯했다. 갑자기 배가 웅덩이에 빠지듯이 빨려 들어간다. 마치 괴물 아가리 같은 파도 구덩이의 깊이는 놀라웠다. 으악 하는 외마디를 지르는 순간 파도가 뱃머리를 친다. 바닷물 세례를 받아 정신이 아득하다. 떨어지지 않기 위해 기둥을 힘껏 붙잡고 주위를 둘러본다. 파도를 따라 유유히 움직이는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
선장의 항해술에 감탄했다. 자라는 학생들의 수학여행이라 애를 쓰신 것 같았다. 무서웠던 풍랑이 선장의 노련한 항해술 덕분에 편하게 느껴져 아래층으로 갔다. 친구들은 정신이 없는 가운데 연신 욕설과 원망을 한다. 정말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니 가족이 함께한 해수욕장에서 행복했던 시절이 떠올랐다. ~
아침 일찍 포항 해수욕장에 가기 위해 열차를 탔다. 난생처음 타보는 기차라 얼마나 신이 났던가. 스팀과 검은 연기를 뿜어내면서 칙칙폭폭 소리를 내며 달렸다. 덜커덩덜커덩하면서 삑~ 기적소리와 함께 박자를 맞춘다.
열차에서 파는 달걀과 삼성사이다, 드롭스 등 없는 게 없었다. 달걀을 싸주셨다. 굴을 지날 때 창문을 미처 닫지 못해 검은 연기로 가득했다. 기침하면서도 먹는 달걀 맛은 일품이었다. 송도에 도착하니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였는지 인산인해였다. 처음 바다를 보는 순간 놀랐다.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는 부서지고 이어지면서 시원한 소리를 들려주었다. 넘실대는 파도는 수와 소리를 내며 더위를 식혀주었다. 파도가 만든 동글한 예쁜 조약돌을 갖고 놀았다. 엄마에게 “엄마 우리 동네 돌보다 동그랐네”하니 “니 올 때 갖고 놀라고 파도가 오랫동안 일해서 이쁘게 만들어 논기다.” “우와 진짜가.” 부모님과 고무 튜브를 타고 파도를 즐기는 모습을 그리며 잠이 들었다.
갑자기 욱! 하는 소리에 잠이 깼다. 주변 친구들 얼굴이 노랗다. 멀미하고 토하여 더 토할 것도 없었다. 얼마를 지났는지 위험한 고비를 넘기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파도의 위력을 실감하고, 파도 타며 해쳐 나아가는 것을 본 수학여행은 좋은 추억으로 자리 잡고 있다.
뿐만이 아니라 요즘 집채만 한 파도를 슬기롭게 극복한 선장이 생각난다. 우리 앞에 다가온 격동의 시대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먹고살기도 바빠 책 읽을 여유도 없이 허둥거리며 살아간다. 칠포시대, 헬조선이라는 신조어가 서서히 말라 죽는 사회임을 암시한다. 달콤한 말을 의심하는 시대가 되었다.
우리는 거센 파도를 견디며 살아왔다. 험난한 여정이 우리를 조약돌처럼 동글동글하게 만들었다. 파도를 넘는 지혜도 갖추었다. 몽골 인디언 등 모두가 흩어졌지만 동일 민족이 한반도에 팔천만 명이 있다는 사실이 증명한다. 몽골족의 중심을 이루는 단일 국가로 남아 한류를 일으키고 있다.
광화문에서 나라가 망하는 꼴은 볼 수 없다며 투쟁의 파도로 무너뜨렸다. 지난날 혹독한 경험이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기 좋게 만들어졌음을 증명했다. 우리 홍익인간들은 새로운 루트를 개척할 수 있는 저력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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