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사회를 그리며

향기로운 사회를 그리며

인간의 탐욕을 허용하는 개인주의가 자연을 망친다. 재앙으로 보여주어도 겁도 없이 맞선다. 살려고 난리인데 죽어도 괜찮은 것처럼 호기를 부린다. 자신은 예외라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산업사회가 얼마나 독한지 알만하다. 사람의 무한욕구가 자연재해로 나타나고 있는데도 체념한 듯하다.

최근에 실내용 향수를 구매했다. 냄새가 좋다. 서양의 향기가 집안에 가득하다. 집안의 꽃향기를 압도한다. 아내는 뚜껑을 열어 대롱 몇 개를 꽂아 넣었다. 향기가 널리 퍼진다면서 좋다고 했다. 우와! 탁월한 선택이라고 칭찬을 했다. 신이 나서 냄새를 맞아보고 싱글벙글 거린다. 고래도 춤춘다는 말이 맞는가 보다.

칭찬에 대한 보상인지 배한접시를 내어 놓았다. 배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아! 이를 어쩐다. 배에 향수가 배어있었다. 미식그리며 속이 울렁거린다. 물로 가글을 해도 남아 있다. 더 이상 먹을 수가 없다. 손을 씻고서 배를 깎았다고 한다. 주부구단을 뭐로 보고 따지냐고. 당신은 지난날 담배골초라서 감각이상이 생겼다고 한다. 술을 그리 마시더니 변형이 되었다고 한다.

자주 듣는 소리이다. 인간사 모든 것에는 시효가 있는데 끝이 없다. 한참을 들으니 기능이상으로 생각되었다. 담배의 인공향기에 취해 신경질적 반응도 있었다. 술 향기에 취해 바보 같은 짓을 했던 적도 몇 번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날의 잘못을 인정하고 난 다음 한번 먹어보라고 했다. 간곡한 부탁으로 한참 후 먹어보더니 향이 배긴 것을 인정했다. 그렇게 큰소리를 쳐놓고 미안하다는 한마디 말도 없다.

씻어도 향이 배겨있다. 자연이 만든 맛있는 배를 인공향수가 못 먹게 만들었다. 꽃을 만지다가 과일을 먹으면 잘 어울리는 것과는 너무나 다르다. 꽃향기는 부드럽고 과일과 잘 어울린다. 자연향보다 인공향이 독한 것 같다. 인공이 자연을 흉내 내지만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음을 깨닫는다.

평소에는 인공향수의 냄새가 기분을 좋게 한다. 차 안에서 잠깐은 좋은데 한참 지나면 머리가 띵하다. 요즘은 어딜 가도 향기를 맞아야 한다. 오래전 스페인 마드리드의 공항의 화장실에서 풍기는 강력한 향기는 코를 찔렀다. 그런데 호텔 객실에서 강력한 향기와 같은 것이 아닌가. 며칠 동안 머무르면서 고역을 치렀다. 스페인 사람들의 향수 냄새가 오랫동안 기억된다.

서양의 향수 시장은 엄청나다. 일찍이 시작한 산업화로 인한 것인가? 산업화로 몰려든 도시집중으로 만들어진 각종 악취가 많았던 탓이다. 근본적인 개선이 아니라 우선 막고 보자는 임시방편이다. 부자연스런 것을 해결하기 위한 인공향수이다. 사람이 만든 악취를 사람이 만든 향수로 덮어두고 있다. 우리나라도 향수 시장이 커진 것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중학 시절 담임선생님은 두 가지 향기가 있었다. 훤칠한 키에 북방계 사람처럼 건강하고 까무잡잡한 체육 선생님이다. 스승으로서 제자를 대하는 따뜻하고 지혜로움이 오랫동안 기억된다. 제자를 유교적으로 대하지 않았다. 민주적이며 인간적이었다. 스승의 향기는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 있다.

인공 향에 취해 악취가 나는 것을 방치하면 구제받을 길이 없다. 헛된 희망을 생산하고 취하기보다, 절망감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세계로 눈을 떠야 한다. 자연을 파괴하는 사회에서 기적은 없다. 뭇 생명을 살피는 자연을 보살피며, 사람을 돕는 향기로운 사람이 많아지는 사회가 만들어지면 좋겠다.

인공은 자연을 훼손하고 있다. 자연정화는 한계에 도달했다. 자연의 풀 냄새, 사과향기, 꽃향기, 맑은 공기 냄새, 숲의 상쾌함을 파괴하는 산업화가 인간을 부자유하게 한다. 우리는 자연의 부분으로 정복의 대상이 아니다. 우리를 돕는 자연과 친해져야 한다. 소비를 적게 하면 친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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